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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투자자성향 분석...은행 불완전판매 원천 차단한다

농협은행, AI로 투자성향 자동 분석

직원개입 최소화해 불완전판매 차단

개인의 주관·확증편향도 제한 가능

당국에 혁신금융서비스 특례 신청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실제 적용





NH농협은행이 인공지능(AI)으로 소비자의 투자성향을 자동 분석해주는 프로세스 도입을 추진한다. 금융사가 AI 알고리즘이나 로보어드바이저 등을 활용해 이미 판단된 투자성향을 바탕으로 적절한 투자 상품이나 포트폴리오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는 이전에도 많았지만 소비자의 투자성향 분석 단계에서부터 AI와 빅데이터를 주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투자성향 진단은 펀드·파생상품 같은 금융투자상품에 가입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지만 이제까지는 소비자 스스로도 자신의 특성을 잘 모른 채 설문에 형식적으로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더욱이 판매 직원이 투자자 성향을 임의로 조작하는 사례까지 적발돼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투자성향 분석에 다양한 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개인의 성향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물론 판매 직원의 개입을 최소화해 불완전판매 논란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라임 사태 등 연이은 불완전판매로 홍역을 치렀던 은행권으로서는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체질 개선의 기회로 주목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최근 AI와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금융투자상품 투자성향 분석 모델을 자체 개발했다. 농협은행은 내부 검증 단계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이 모델을 실제 상품 판매에 적용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혁신금융서비스 선정을 신청한 상태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판매사가 투자자 정보를 파악할 때 ‘면담·질문 등’을 통하도록 명시하고 있어 AI를 활용하려면 규제 적용 예외 특례를 받아야 한다.



이 모델이 상용화되면 소비자는 애플리케이션에서 클릭 몇 번으로 AI가 분석한 투자성향 자동분석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나이·성별·기존성향 등 본인과 유사한 고객군을 AI가 특화 알고리즘으로 우선 분석하고 자산현황·거래정보·투자경험·투자상품·투자금액 등 고객의 고유 정보까지 반영해 소비자의 투자성향을 자동으로 진단해주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AI 분석에 따라 자동으로 작성된 답변을 문항별로 확인하고 해당 결과에 동의하면 ‘동의’를, 다른 답변을 선택하고 싶으면 직접 골라 클릭하면 된다.

가령 ‘감당할 수 있는 손실 수준’을 묻는 질문에 대해 AI가 다른 고객 정보와 해당 고객의 자산정보, 투자기간·금액, 투자상품 종류 등을 분석해 72%의 확률로 ‘20% 미만까지 손실을 감수할 수 있다’는 답변을 선택해 보여주면 소비자는 이 결과에 동의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면 된다. 모든 문항에 답변을 하고 나면 △AI 자동분석 결과에 따라 진단된 투자성향과 △AI 자동분석 결과에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해 진단된 투자성향을 나란히 보여준다. 소비자의 주관에 따라 결정된 투자성향과 AI 자동분석에 따라 나온 투자성향이 불일치할 경우 소비자는 자신의 진짜 투자성향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다.





지금은 펀드상품에 가입하려면 소비자가 수기로 직접 투자성향 설문지를 작성해야 한다. 금융사들은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협회 표준투자권유준칙에 따라 통상 7개 안팎의 문항으로 짜인 투자성향 설문을 실시한다. 소비자의 투자 목적, 투자 가능 기간, 투자경험, 투자 관련 지식, 감내할 수 있는 손실 수준 등을 객관식으로 물어보는 방식이다. 판매 직원은 설문 결과에 따라 소비자의 투자성향을 안정형·안정추구형·위험중립형·적극투자형·공격투자형 등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이에 맞는 투자상품을 권유한다.

문제는 이 설문의 실효성이다. 투자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대부분의 소비자는 스스로의 투자성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일관된 답변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2016년 금투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기대투자수익과 위험감내능력에 대한 답변이 같지 않은 개인의 비중이 전체의 73%에 달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원금 보장을 원하면서 주식시장 평균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기대하거나, 투자경험이 적은데도 공격적 투자를 원하는 경우가 적잖다”며 “단순 설문만으로는 이런 복합적인 성향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아날로그식 진단이 판매 직원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금융권을 뒤흔든 DLF·라임 사태의 경우 펀드 판매 과정에서 직원이 투자성향 분석을 대필하거나 임의로 조작하는 등 불완전판매가 의심된 사례가 5건 중 1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올해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투자성향 진단을 경험한 투자자 22.5%는 자신의 성향과 관계가 없는 상품을 권유받았고 14.9%는 권유하려는 상품에 맞는 결과가 나오도록 진단을 유도당했다.

하지만 가치 판단이나 실적 압박이 없는 AI를 투자성향 분석에 활용하면 소비자가 스스로 갖고 있던 고정관념이나 확증편향은 물론 판매 직원의 개입도 제한할 수 있다. 농협은행은 최근 금융권의 가장 큰 화두인 ‘불완전판매 차단’에 AI를 활용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서 올 10월에도 금융권 최초로 AI 기반 자동화 로봇을 투자상품 거래신청서 점검 업무에 투입해 불완전판매를 걸러내도록 했다.

강태영 농협은행 디지털금융부장은 “AI를 활용하면 불완전판매로부터 소비자를 원천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물론 각종 설명 의무를 준수해야 하는 판매 직원의 위축감도 해소할 수 있다”며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은행 업무에 AI가 본격 도입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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